오늘의 여행
보령
태안
서산
당진
2015년 11월 16일 월요일

찜질방에서 한 시간쯤 잤다.
아니 정확히는 누워만 있었다.
어차피 두뇌 풀가동 상태로
철야하는 것이 나의 직업인지라
여행하면서 잠을 못 자는 것 정도는
즐거운 에피소드일 뿐이다.
배 시간에 늦지 않게
대천연안여객선터미널로 가서
페리를 타고 천수만을 건너
안면도로 들어가려 한다.

배가 접안하자 큰 차량부터
차례차례 진입한다.
스쿠터와 나는
총 1만 3천원에 탑승했다.
항로를 그대로 따라서
해저 터널이 건설되고 있으니
조만간 이 배편도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될 듯 하다.



저 앞에 보이는
안면도에 갈 뿐인데도
괜시리 설렌다.
뿌웅, 뱃고동 소리가 들리며
드디어 출항.


원산도와 효자도를 거쳐
고작 50분 정도면
안면도에 도착할 예정.
짧은 낭만을 증폭시키기 위해
서둘러 컵라면에 물을 붓는다.


일부러 천천히 컵라면을 먹으며
어쩌면 이 여행의 마지막일지 모를
항해를 즐기지만
곧 입항과 접안이 시작되고
하선 명령이 들린다.


하선하자마자 꽃지해수욕장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섬의 서쪽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오니
백사장항과 그 맞은편
드르니항이 보이고
그 사이를 도보로 건널 수 있는
꽃게다리가 있었다.

여행에 푹 빠져 있는데,
회사에서 전화가 온다.
지금 서울로 올라와서
연구과제를 맡으란다.
예보기술발표회 때문에
여행 자체를 늦게 시작했는데
또 나냐...
이전에 서산에도
잠시 근무한 적이 있어
북쪽으로 길을 잡으면 가로림만,
남쪽으로 잡으면 간월도와
해미읍성으로 가려 했는데..
급히 버스를 타러 서산을 지나
당진까지 달린다.
바로 뒤에서 비 구름이
따라오고 있어
더 열심히 달린다.


고구마 백 개 먹은 마음이지만
여행의 자유와 행복을
망칠 수 없다.


스쿠터를 당진버스터미널에
잘 주차해 두고
토스트와 커피로
아쉬움을 달랜다.
기다려라, 곧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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